구립은평뉴타운도서관

리더예술인김제형

참여예술인 구수현 , 김수민 , 박소현 , 안유현 , 조혜영

기업기관구립은평뉴타운도서관

협업주제
최근 도서관 계에서는 지역 아카이브에 대한 이슈가 있는 상황입니다. 단순히 책을 빌리는 공간을 넘어 도서관이 지역 아카이브와 같은 역할을 수행하는 거점 공간으로 자리할 수 있기를 바라는 흐름에 대해서 공유 받았습니다. 작년에 은평뉴타운도서관이 예술로 사업에서 발굴한 지역 이야기를 접하게 되었고, 해당 이야기의 확장 가능성에 대해서 참여예술인들과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이후 협업 주제로서 도서관이 소재한 진관동, 이말산의 이야기를 투어 프로그램으로 엮어보고자 합니다. 뉴타운 개발과 아파트 단지 건설로 급격히 변화한 서울 은평구의 진관동. 이 지역의 산인 이말산 비탈진 자락에는 조선 왕조의 궁중을 섬기다 삶을 마친 수많은 궁녀와 내시들의 무덤들이 무더기로 존재하고 있습니다. 가족이 없는 경우가 많았던 이들은 퇴궁 이후, 죽은 뒤 묻힐 장소조차 마련하기 어려워 왕실이나 궁인들이 속했던 내명부 등에서 집단적으로 묘역을 조성한 것으로 보입니다. 몇 개의 무덤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이 무명의 묘들로, 풍화된 비석과, 쓰러진 비석들, 그 곁을 지키고 서 있는 작은 문인석들과 돌로 형상화된 상징들은 각기 다른 방향들을 향하고 있습니다. 인간 존재의 시선에서 보자면 침묵 속에 놓여 있는 듯 하지만, 우리가 바라보는 이말산은 무덤 곁을 흐르는 바람, 나무, 풀, 흙, 새, 벌레, 물기, 소리, 그림자까지—이곳에 있는 모든 존재는 서로의 감각 안에서 스며들며 살아 움직이고 있었습니다. 진관동은 오랜 시간 한옥과 마을 공동체가 어우러진 주거지였으나, 최근 수십 년간 뉴타운 개발로 급격히 재편된 장소입니다. 많은 주민들이 삶의 터전을 떠나기도 했지만, 새로 들어온 이주민들과 원주민이 섞여 살아가며, 기억은 겹겹이 밀리고 덧씌워지는 과정을 겪고 있습니다. 이곳에는 사라진 것들과 새로이 생겨난 것들, 기억과 망각, 인간과 비인간의 경계들이 교차하고 있습니다. 이말산의 이름 없는 묘들과 그 주변의 돌, 바람, 나무, 풀, 비인간 동물들, 흙—그리고 오래된 집과 새 아파트 사이의 균열 속에서 다시 말 걸어오는 존재들을 상상하고자 합니다. 이들이 전하는 소리와 기척에 귀를 기울이고, 함께하는 지역민들과 비인간 존재들의 조우를 투어 프로그램을 통해 기록하고자 합니다. 해당 코스의 마지막은 뉴타운 지역의 지역민들과 함께 이름 없는 묘들을 찾아 산을 오르고, 누군가들의 무덤 앞에서 글을 쓰고 함께 낭독하며, 묻힌 자들과 살아 있는 자들 사이, 과거와 현재 사이에 감각의 다리를 놓는 과정을 맞이하고자 합니다.
협업 키워드
#지역아카이브 #도서관 #비인간존재
팀소개
은평뉴타운도서관이 현재 맞이하고 있는 이슈는 지역 아카이브였습니다. 리더 예술인, 참여 예술인 모두 해당 주제에 대한 관심이 생겨 은평뉴타운도서관에서 일하기를 희망했고, 활동 초반 때 '지역 아카이브' 활동에 대해서 뜻을 모으기로 했습니다. 그 가운데 이말산 궁녀, 내시의 무덤이 있다는 이야기에 예술인 모두가 흥미를 보였고, 현대 사회에서 오해의 소지가 있는 샤머니즘에 대해서 예술인 시각으로 흥미롭게 풀어볼 수 있는 여지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한, 한정된 대상인 유령을 넘어서 바람, 돌, 나무 등의 비인간 존재로 대상을 확장해 보려고 합니다. 연구자의 관점이 아닌 예술인의 관점에서 생동감 있는 지역 아카이브를 위해서 도서관 이용객들과 함께할 수 있는 투어 프로그램의 방식으로 나아가고자 하고, 이말산과 도서관을 연결하는 물리적 코스 안에서 각자 예술인들의 작업을 토대로 한 비인간 존재들의 이야기를 마주할 수 있는 방식에 대해서 구상하고자 합니다. 지역 아카이브는 개별 예술인들의 세밀한 리서치를 기반으로 전개될 예정으로 아카이브의 주체의 자리를 다양한 주민들과 함께할 수 있는 형태로 실험할 예정입니다. 올해 은평뉴타운도서관은 미디어 특화 도서관으로서 다가오는 9월에 개관 10주년을 맞이합니다. 본 투어 프로그램은 도서관 설립 10주년을 기념하는 것과 동시에 향후 도서관이 이용객들과 새롭게 만나는 방식에 대한 고민의 흔적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