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익숙한 기업을 낯설게 바라보기 ― OVLR의 원단과 일상을 매개로 한 예술적 관찰·감각·재해석 프로젝트
이번 협업은 OVLR과 세정이 보유한 공간, 원단, 브랜드의 역사와 조직 구성원의 일상을 예술가의 관점으로 새롭게 관찰하고 해석함으로써, 기업 내부에 익숙하지 않은 감각과 질문을 발생시키는 것을 주요 주제로 합니다. 기업이 예술을 통해 무엇인가를 ‘만들어내는 것’에만 목적을 두기보다, 서로 다른 분야의 예술가들이 기업을 관찰하고 질문하며 구성원과 관계를 형성하는 과정 자체를 중요한 협업의 가치로 설정합니다.
초기에는 기업 담당자와의 미팅과 현장 방문을 통해 OVLR의 브랜드 특성과 기업문화, 공간, 구성원, 기업이 보유한 자원을 살펴봅니다. 특히 의류 제작 과정에서 발생하는 자투리 원단에 주목합니다. 기업의 관점에서 자투리 원단은 생산 이후 남겨지는 재료일 수 있지만, 예술가에게는 색과 패턴, 촉감, 시간과 노동의 흔적을 담고 있는 새로운 창작의 매개가 될 수 있습니다. 이러한 관점의 전환을 바탕으로 ‘익숙한 것을 다른 방식으로 바라보는 경험’을 기업 구성원과 공유하는 방법을 탐색합니다.
이를 구체화하기 위한 하나의 실험으로 〈FABRIC VACANCE : 세 번의 여행〉을 기획했습니다. ‘보이는 원단에서, 들리는 원단으로, 지니는 원단으로’라는 흐름 아래 시각·음악·문학·사진 등 서로 다른 장르의 예술가들이 원단을 각자의 방법으로 관찰하고 번역합니다. 비주얼캉스에서는 원단의 색·무늬·질감과 기업 공간의 세부 요소를 관찰하고 시각적으로 채집하며, 사운드캉스에서는 이러한 시각적 기록을 리듬과 음색, 소리로 전환합니다. 복캉스에서는 앞선 과정에서 발견한 감각과 의미를 다시 원단과 연결하여 개인이 지닐 수 있는 오브제로 확장합니다. 이를 통해 기업 구성원은 평소 업무의 재료로 인식했던 원단을 보고, 듣고, 만지고, 해석하는 과정을 경험합니다.
다만 협업의 핵심을 사전에 구성된 프로그램을 그대로 실행하는 것에 두지는 않습니다. 중기에는 기업이 예술인과의 협업을 통해 실제로 원하는 변화가 무엇인지 다시 확인하고, 실무 담당자뿐 아니라 기업의 의사 결정권자인 이사니께서 기대하는 방향과 조직 내부의 수요, 협업 대상과 목적을 보다 구체적으로 파악합니다. 이를 바탕으로 기존에 기획한 FABRIC VACANCE 역시 확정된 결과물이 아니라 기업을 탐색하기 위한 하나의 가설이자 실험으로 바라보고 수정·재구성합니다.
이 과정에서 참여 예술인 역시 ‘기업에서 어떤 프로그램을 운영할 것인가’보다 ‘각자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예술적 방법을 통해 기업에 어떠한 새로운 경험을 제공할 수 있는가’를 다시 질문합니다. 회화, 사진, 문학, 피아노, 국악 등 각자의 전문성을 단순한 체험이나 교육 프로그램의 도구로 활용하는 것이 아니라, 기업의 일상과 문화를 새롭게 인식하게 만드는 방법으로 적용합니다. 여기서 교육적 경험은 특정 지식이나 기술을 전달하는 교육에 한정하지 않습니다. 익숙한 업무 환경과 재료를 다른 방식으로 관찰하고, 서로 다른 감각과 해석을 공유하며, 기존의 사고방식에서 잠시 벗어나 보는 경험 자체를 예술을 통한 학습의 과정으로 바라봅니다.
후기에는 협업 과정에서 발생한 이미지, 사진, 소리, 문장, 원단, 참여자의 선택과 반응, 예술가의 관찰 기록 등을 지속적으로 수집하고 아카이빙합니다. 이러한 자료는 단순한 프로그램 결과물이 아니라 다시 예술가에게 전달되는 창작의 재료가 됩니다. 참여 예술인들은 축적된 기록을 각자의 매체와 방법론으로 재해석하여 새로운 작품과 기록으로 확장하고, 11월에는 이를 아카이브 전시와 결과 공유의 형태로 제시합니다.
최종적으로 이번 협업은 완성된 프로그램이나 가시적인 결과물을 만드는 것만을 목표로 하지 않습니다. 예술가라는 외부의 전문적인 시선이 기업 내부로 들어와 기업이 당연하게 여겨온 공간과 재료, 관계와 일상의 방식을 다시 바라보고 질문하도록 만드는 것을 중요한 목표로 합니다. 이를 통해 기업에는 익숙한 것을 낯설게 바라보는 경험을, 예술가에게는 기업이라는 새로운 창작 현장을 제공하며, 그 과정에서 기업과 예술이 서로의 관점과 방법을 교환할 수 있는 지속 가능한 협업 가능성을 모색합니다. |
| 우리 팀의 이름은 ‘팀 쌍크크’입니다. ‘쌍크크’는 프랑스어로 숫자 5를 의미하는 cinq(쌍크)에서 출발했습니다. 다섯 명의 예술인이 함께한다는 의미에, 최근 가볍고 유머러스하게 사용되는 ‘영크크(young creative crew)'에서 착안한 5명의 크리에이티브 크루라는 의미입니다. 예술과 기업의 협업을 어렵거나 무겁게 느끼기보다, 직원들이 호기심을 가지고 쉽게 다가올 수 있는 프로젝트를 만들고자 하는 팀의 태도를 이름에 담았습니다.
팀 쌍크크는 시각예술, 사진, 클래식 피아노, 국악, 문학 등 서로 다른 분야의 다섯 예술인이 각자의 감각과 전문성을 연결하는 다장르 협업팀입니다. 서로 다른 장르를 하나의 방식으로 통일하기보다 각 예술인의 시선과 방법이 만나면서 발생하는 예상하지 못한 ‘틈’과 ‘변화’를 프로젝트의 중요한 가능성으로 생각합니다.
이번 OVLR과의 협업에서는 ‘익숙한 일상을 새롭게 감각하기’를 큰 방향으로 설정하고 있습니다. 패션기업인 OVLR의 업무환경과 공간, 그리고 의류 제작 과정에서 발생하는 자투리 원단을 주요한 예술적 재료이자 출발점으로 삼습니다. 직원들에게 매일 마주하는 회사의 공간과 사물, 원단은 너무 익숙하기 때문에 자세히 바라보거나 감각할 기회가 적습니다. 팀 쌍크크는 이러한 익숙한 대상을 예술가의 시선으로 다시 관찰하고, 보고·듣고·만지고·기억하고·상상하는 과정을 통해 새로운 이미지와 소리, 사물과 이야기로 전환하고자 합니다.
|